무등산의 물(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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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산이 보이는 광주호 호수생태원의 모습무등산이 보이는 광주호 호수생태원의 모습
 무등산에는 크고 작은 계곡들이 있다. 각각의 계곡은 무등산의 산록이 품어온 물을 산 아래의 평야지대로 흘려보낸다. 이 물은 무등산의 지형에 따라 물줄기가 되어 흐르기도 하고, 폭포수가 되어 떨어지기도 하며, 너른 바위 사이로 흘러 샘이나 약수가 되어 솟아오르기도 한다. 그렇게 시작된 물줄기들은 보다 큰물이 되어 무등산 주변을 타고 흘러 강을 이루어 바다로 흘러들어간다. 

 빗물이나 이슬이 모여 이룬 작은 물들은 그렇게 몸을 키워 가면서 무등산의 지형과 그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 흘러간다. 그것은 무등산이 시작되면서부터 시작된 흐름이며, 오늘도 지속되는 흐름이다. 그래서 무등산수(無等山水), 즉 무등산 물의 이야기는 단순한 자연현상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물은 그것이 흘러가고 모이는 과정에서 무등산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의 삶과 역사를 함께 실어 점점 더 큰 물줄기를 형성하도록 했던 것이다. 

 따라서 무등산수에 대한 이야기는 그것을 바라보며 이용하고, 함께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는 짙은 사람의 냄새가 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여기에서 다루게 될 무등산수에 대한 이야기는 무등산에서 기원한 물과 그것을 둘러싼 갖가지 인문학적 요소들의 누적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는 우선 무등산과 그곳에서 기원한 계곡과 폭포와 물줄기에 이름을 붙이고, 이를 관찰하고 즐긴 완상(玩賞)적인 삶의 태도가 있다. 다음으로는 이를 적극적으로 변형시키고, 삶의 편리와 행복을 위해 적극적으로 이용한 치수(治水)의 측면도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무등산수에 대한 이야기는 무등산수와 그 주변에서 살아간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 누적되어 나타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제 그 누적된 삶의 모습들을 담아 흘렀고, 흐르는 물의 이야기를 시작하겠다.

무등산수의 발원과 계곡 

 무등산에서 발원한 물을 무등산수라고 부를 수 있다. 무등산의 물줄기는 무등산을 둘러싼 생태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가장 큰 동력 중의 하나이다. 그리고 이는 비단 자연생태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무등산수는 무등산을 둘러싼 자연과 인간 모두에게 소중한 생명과 산업의 원천으로 존재해왔다. 이러한 무등산수의 발원은 해발 900~1,000m 이상의 고원 지역의 물이 해발 800m 정도에서 솟아오르면서 시작된다.

 이렇게 발원한 무등산수는 크고 작은 많은 계곡들을 형성하였다. 무등산의 계곡으로 중요한 것은 대략 다음의 세 개 정도이다. 첫째는 무등산의 남쪽으로 흐르는 골짜기인 용추계곡(龍湫溪谷)이고, 둘째는 무등산의 북쪽을 흐르는 원효계곡(元曉溪谷)이며, 셋째는 용추계곡과 원효계곡 사이 정도를 흐르는 증심사계곡(證心寺溪谷)이다. 한편 만연산에서 발원한 물줄기의 일부는 용연계곡(龍淵溪谷)을 이루어 광주천(光州川)에 합류하는 물줄기를 만들기도 한다.

 이러한 계곡들은 무등산이 형성한 자연지형 사이를 흐르면서 낙차가 큰 곳에 이르러 폭포를 이루기도 한다. 이렇게 형성된 폭포로 유명한 것에는 용연계곡의 용연폭포(龍淵瀑布), 용추계곡의 용추폭포(龍湫瀑布), 화순 방향의 시무지기폭포 등이 있다. 그리고 이 세 곳의 폭포를 ‘무등산의 3대 폭포’라 부르기도 한다. 그리고 원효계곡에는 일제강점기에 인공적으로 조성되었던 세심폭포(洗心瀑布, 원효폭포)가 유명세를 떨치기도 했다.

수원지

 광주에는 도시의 발달에 따라 도심에 생활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설치된 수원지 4곳이 있다. 이 중 제1수원지, 제2수원지, 제4수원지는 무등산 기슭에 자리 잡고 있으며, 제3수원지는 산동교 아래 극락강변에 위치하고 있다. 이중 제1수원지, 제3수원지는 수원지로서의 기능을 상실하였기 때문에, 현재 무등산의 수원지로 유지되고 있는 곳은 제2수원지, 제4수원지 두 곳이다.

 제2수원지(저수량 52만t)는 용추계곡의 물을 가두어 저장하고 있는 저수지이다. 제4수원지(저수량 190만t)는 별도로 석곡저수지라 불리기도 했는데, 석곡천을 막아 저수지를 만들었다. 제2수원지는 1930년대에, 제4수원지는 1960년대에 만들어졌는데, 두 수원지의 총 저수량을 합쳐도 240만t 규모 밖에 되지 않아 공급량은 매우 부족했다. 특히 1960년대 이후 광주의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가는 과정에서 이 문제는 도시의 성장을 가로막는 장벽이 되기도 했다.

 제2수원지와 제4수원지 이외에, 본래는 이 두 수원지보다 조금 큰 규모로 계획되었다가 지금은 동복댐으로 크게 개축된 제5수원지가 추가로 만들어졌다. 또한 증암천[甑岩川, 자미탄(紫薇灘)] 물을 가둔 광주댐(저수량 1,740만t)도 광주의 확장에 따른 생활용수의 공급을 맡았다.

 오늘날 광주의 1일 생활용수 수요는 약 40만t 정도로 제2수원지나 제4수원지의 공급량으로는 절대 부족한 양이다. 그리고 광주댐은 인근의 광주와 담양의 농업용수 또한 공급해야 했기 때문에 여유가 있는 편은 아니었다. 광주의 생활용수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것은 1985년 동복댐이 저수량 9,900만t의 중형댐으로 개축되면서부터이다. 하지만 광주시의 생활용수 공급 문제는 보성강 유역에 주암댐이 만들어지고 그 물을 공급받게 된 1990년대 초반에 가서야 해결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한편 광주의 물 공급 문제는 아직도 완전히 해결된 문제는 아니다. 생활방식의 변화 등으로 인하여 생활용수의 사용량이 점차 늘고 있는 추세이며, 그에 맞춘 수원의 확대가 지속적으로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제2수원지의 증축이나 제2수원지 아래쪽에 더 큰 규모의 수원지를 건설하는 방안이 모색되고 있다.

약수터

 무등산의 산록과 나무들이 머금은 물은 무등산 곳곳에서 솟아나 샘을 형성하였다. 이 중의 일부는 약수터로 오늘날까지도 선호되고 있다. 현재 무등산에 설치되어 일반인들에 의해 약수가 취수되고 있는 약수터는 총 12곳이다.

 이 중 지표수를 이용하는 곳은 덕산샘, 돌샘, 너덜겅 샘터, 중머리재 샘터, 봉황대 샘터, 늦재 샘터, 꼬막재 샘터, 평두메 샘터 등 8곳이다. 산장광장 샘터, 청풍쉼터 샘터, 구 증심사관리소 샘터, 충장사 샘터 등 4곳은 지하수를 이용하고 있다. 그 외 잣고개 샘터, 입석암 샘터, 천문사 샘터, 백운암 샘터 등은 과거에 이용되었으나 현재는 수질의 악화와 관리 문제 등으로 이용되지 않고 있다.

 이들 약수터의 물은 음용수로 쓰이기 때문에 수질 관리가 매우 중요한 문제였다. 2007년 이후에는 수질 관리를 위해 물 속의 대장균과 일반세균을 죽이는 광촉매살균시설과 전기를 공급하는 태양광발전시설 등을 설치하여 음용수로 적합하도록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시기에 따라 관리가 제대로 안 되는 시점 등이 있어 세균수의 변화가 있으므로 그와 관련된 관련 기관의 공지 등을 확인하여 음용하는 것이 좋다.

광주를 적시며 흐르는 물줄기

 무등산에서 발원한 물줄기로 광주 도심을 흐르는 물줄기에는 증심계곡을 따라 흘러온 증심사천(證心寺川), 용추계곡을 따라 흘러 제2수원지를 지나서 용연계곡의 물줄기와 합류하여 흘러내린 광주천, 장원봉에서 발원해 대인동 지역을 지나 양동복개시장 근처에서 광주천에 합류하는 동계천(東溪川), 마집봉에서 발원해 소태제에 모였다가 소태마을과 소태역을 지나 광주천과 합류하는 소태천 등이 있다.

 이로 보아 대부분의 하천이 광주천에 합류하여 영산강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 물줄기들은 결국 광주천의 지천(支川)이라 할 수 있다. 반면, 무등산 장원봉 이북의 물줄기들은 대부분 제4수원지로 흐르거나 제4수원지를 지나온 석곡천에 합류하기 때문에 장원봉 북쪽 산록의 작은 개천 몇 곳을 제외하면 광주 시내를 흐르는 경우는 없다. 따라서 이곳에서 가장 중요한 물줄기는 광주천이라 할 수 있다.

광주와 담양을 아우르며 흐르는 물줄기 

 무등산의 물줄기 중 증암천은 무등산의 북쪽으로 흘러 광주와 담양의 사이를 지나가는 물줄기이다. 이 물줄기는 때로는 담양에, 때로는 광주에 몸을 맡기며 흘러가는데, 무등산 북사면을 흐르는 거의 모든 물줄기들이 이 크지 않은 하천에 합류한다.

 무등산의 서석대와 꼬막재 밑에서 발원한 증암천에 담양 남면의 무등산에서 이어져 내린 낮은 산록과 북산을 타고 흘러내린 물이 모인 경상저수지(京相堤)에서 시작된 물줄기가 합류한다. 이후 원효계곡을 지나 풍암제(楓巖堤)에 모였던 풍암천 역시 여기에 합류하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몸집을 키운 증암천을 댐으로 막아 생긴 인공호수가 광주호(光州湖)이다. 이어서 제4수원지에 모였다가 무등산의 북쪽사면을 따라 흘러내린 석곡천이 광주호를 지나 흐르는 증암천에 합류하게 된다.

 광주 시내 쪽으로 흐르는 무등산의 물줄기들이 모두 광주천에 합류하듯이, 무등산의 북쪽 사면을 흐르는 물줄기들은 모두 증암천에 합류한다. 그리고 여기에는 까치봉을 비롯 담양 지역의 산지에서 발원한 지천들도 합류한다.

 이러한 증암천을 옛 사람들은 자미탄이라 불렀으며, 크지 않은 하천임에도 그 주변에는 독수정, 소쇄원, 식영정, 환벽당, 취가정 등 자미탄을 중심으로 활동한 옛 문인들의 흔적들이 많이 남아있다. 이렇게 오늘날 자미탄, 즉 증암천이 흘러내려가는 주변에는 조선 중기 가사문학을 꽃피운 독특한 인문학적 환경이 형성되었다.

화순을 적시며 흐르는 물줄기 

 무등산의 남쪽사면을 흐르는 무등산수는 동복천이나 화순천 등 화순 지역을 적시며 흐르는 물줄기가 되어 흐른다. 이 중 동복천으로 흐르는 물줄기의 일부는 담양군 남면 지역에서 발원하여 흐르기도 하며, 일부는 양 지역의 경계에서 흘러 동복호(同福湖)에 합류하기도 한다. 그리고 무등산의 남쪽 사면을 따라 흐르는 물줄기는 대부분 화순천에 합류하여 화순읍을 적시며 흐르다가 지석천(지석강)에 합류한다.

 동복천을 따라 흐른 물줄기는 동복호에 모여, 호수가 형성되면서 수몰된 적벽 지역을 지나서 동복천 하류 지역으로 나와 주암호에 합류하고, 보성강을 지나 섬진강으로 유입된다. 그러나 일부 물줄기는 주암호와 연결된 상사호를 지나 이사천을 거쳐 순천만으로 흐르기도 한다. 한편, 무등산의 서남 방향 혹은 남쪽 방향에서 형성된 물줄기들은 거의 대부분 화순천에 모이고, 이 물줄기는 지석천을 지나 영산강에 합류한다.

 무등산에서 형성된 물줄기의 상당 부분은 영산강으로 들어간다. 그렇지 않은 것은 무등산의 동남쪽에서 형성된 동복호 상류의 지류들에 불과하다. 이들 동복호 지역으로 흐르는 물줄기는 대부분 섬진강으로 흐르며, 영산강에 합류하는 지류들과는 달리 훨씬 먼 거리와 복잡한 과정을 거치면서 남해바다로 흘러간다.

 이제 무등산에서 시작된 무등산수의 여행, 그 남쪽 기슭에서 시작된 물의 흐름을 따라가 보자.

큰물과 만나는 무등산수

 무등산에서 발원하여 시작된 무등산수의 여행은 개울에서 중소규모의 하천으로 그리고 영산강이나 섬진강 등 큰 강을 따라 흐르다 바다에서 끝이 난다. 이렇게 하여 무등산 어느 골짜기에 내린 비로부터 시작된 물의 흐름은 일단락된다. 

 무등산에는 수많은 지천들이 있고, 이것은 개울을 형성하여 각 계곡을 흘러가다 저수지나 수원지, 댐 등에 잠시 모였다가 다시 바다로 흘러가는 여행에 나선다. 무등산에서 발원한 물이 거치는 긴 여행은 그것이 흘러가는 방향에 따라 두 가지 큰 흐름으로 정리될 수 있다. 

 이 흐름은 일반적으로 수계(水系, 지표의 물이 모여 점차 큰 물줄기를 형성하는 계통)로 지칭되는데, 첫 번째는 영산강수계(榮山江水系)이고, 두 번째는 섬진강수계(蟾津江水系)이다. 영산강수계의 물줄기는 크게 광주천과 증암천, 화순천으로 모여진 물줄기들이며, 섬진강수계의 물줄기에는 동복호에 모였다가 동복천으로 흘러 주암호로 들어가는 물줄기들이 있다.

 영산강수계의 경우 가까운 영산강에 합류되는 반면, 섬진강수계는 동복호에 모이는 각 지천에서 동복호, 동복천을 거쳐 주암호로 들어간 이후 다시 보성강을 따라 흘러 섬진강에 합류하는 복잡하고 긴 여정을 거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