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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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담 『대동세상』 ⓒ 홍성담홍성담, 『대동세상』 ⓒ 홍성담
홍성담 『횃불행진』 ⓒ 홍성담홍성담, 『횃불행진』 ⓒ 홍성담
 5월미술은 5․18 광주민중항쟁을 통해 미술에서 현실주의 참여미술의 본격적인 출발을 하였다.  민족미술은 민족분단이나 외세종속의 사회․문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대안적인 미술로서 주창되었으며, 민중미술은 이러한 민족적인 과제가 민중적인 차원의 미술운동을 통해서 이루어진다는 인식을 나타내게 되었다. 즉 민족민중미술은 미술작품에 나타나는 일정한 방법상의 경향뿐만 아니라 미술정책․이념 등의 총체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하나의 운동이다.

 민족민중미술의 맹아는 이미 1969년의 ‘현실동인’에서부터 형성되었다. 현실동인은 당시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 재학 중이던 오윤․임세택을 중심으로 첫 전시회를 기획했으나 대학 안팎의 압력으로 인해 무산되었다. 그러나 김윤수․김지하 등이 작성한 「현실동인 제1선언문」과 작품사진이 실린 도록 등은 이후 1980년대에 재개되기 시작한 여러 갈래의 미술운동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이 선언문에는 이후 민족민중미술에서 제기하는 현실주의 미술에 대한 매우 심도 깊은 논의가 전개되어 있다. 민족민중미술이 보다 본격적으로 제기되기 시작한 것은 10년 후 ‘현실과 발언’의 창립을 통해서이다. 현실과 발언은 김용태․김정헌․노원희․민정기․임옥상․오윤․심정수․성완경․원동석․최민․윤범모를 창립회원으로 창립전을 개최했다. 이 전시회는 개막 3시간 만에 행정당국의 압력에 의해 취소되었고 1개월 후에 장소를 옮겨 다시 열렸다. 현실과 발언은 창립취지문을 통해 기존 미술이 유한층의 속물취향에 아첨하고 있거나 고답적인 관념의 유희만을 고집함으로써 진정한 자기 이웃의 현실을 소외시켜왔다고 지적하고, 미술의 참되고 적극적인 소통기능을 회복할 것을 주장했다. 이러한 기성미술에 대한 반성과 사회적 소통의 회복을 위한 노력은 ‘젊은 의식전’과 미술동인 ‘임술년 구만팔천구백구십이에서’ 등의 전시활동을 통해 주요한 한 흐름을 형성했다. 이들 이외에도 그 후 10여 년 간 ‘실천 그룹전’, ‘시대정신전’, ‘푸른깃발전’ 등의 전시동인활동이 계속되었다.

 한편 이와는 또 다른 흐름으로는 미술동인 ‘두렁’이 있다. 이들은 얼굴 그리기, 목판화 제작, 공동벽화, 민화, 낙서그림, 탈 만들기 등 대중적․민속적인 방법을 채택해 미술의 전문가적인 역할보다는 창작과정에서의 공동체적 체험 등을 상대적으로 중요시했다.

 한편 홍성담․최열 등이 광주를 중심으로 시민미술학교와 광주시각매체연구소를 만들어 선전선동으로서의 미술활동을 적극적으로 개진했다. 민족민중미술은 주로 일반회화나 목판화가 그 주류를 이루었으나 198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걸개그림이나 인쇄매체의 비중이 매우 높아졌다. 특히 이러한 집회나 시위현장과 미술의 결합은 많은 청년미술가들과 대학생 미술운동단체에 의해 주도되었다. 이러한 흐름들은 각기 독자적으로 또는 연합하며 다양한 활동을 전개했다. ‘삶의 미술전’은 105명의 작가들이 참여한 대규모 기획전으로 미술계 안팎에서 큰 주목을 끌었다. 또 ‘해방 30년의 역사전’ 등이 개최되었다. 이러한 민중미술의 확산은 1985년 서울미술공동체와 같은 미술가단체를 출현시켰고 같은 해 민족민중미술 계열의 대다수 작가들이 참여하는 민족미술협의회가 발족했다.

 1980년대 민중미술은 주로 판화, 벽화, 걸개그림, 깃발그림, 만화 등을 들 수 있다. 이 가운데서도 대중성 확보와 선전력 발휘에 가장 성공한 것이 목판화운동이었다. 목판화는 재료 자체가 간단한 데다 전문기술이 없어도 제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 판화가 갖는 대량복제의 특성 때문에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도 배포할 수 있었고, 그것이 곧바로 전단이나 벽보의 구실을 하기도 하였다.

 이 같은 목판화운동은 다른 곳에서도 볼 수 있는데, 중국에서는 이미 1930년대에 노신의 주도하에 청년 목각화가들이 하나의 새로운 미술문화운동을 일으켰으며, 멕시코에서도 혁명을 전후하여 판화가 새로운 무기, 민중의 힘으로 등장하였다. 우리나라에 민중 목판화 운동의 시작은 오윤, 이상국 등을 들 수 있는데, 이들은 새로운 미술운동이 일기 전인 1970년대부터 목판화를 통해 민중의 삶과 한을 표출하였다. 광주에서는 홍성담, 김경주, 조진호 등의 작업이 괄목할만하다.

 1980년대 민중미술은 기존의 화가들이 무관심했던 소재들을 과감히 화폭에 담음으로써 대중접근을 꾀했고, 미술이 전문인 특유의 기술이 아니라 민중이 참여하는 미술이어야 한다는 선언과 함께 시민판화교실을 여는 등 구체적인 실천을 해냈다. 또한 그동안 유미주의와 표현주의에 거세게 도전함으로써 폐쇄적이던 화단에 ‘역사와 현실’을 받아들이도록 촉구하기도 했다.

 따라서 민중미술작가들은 주로 1980년대의 암울한 삶, 소외된 인간의 역사적 사건들을 화폭에 담으면서 문명비판과 함께 현실에 대한 야유와 풍자의 모습을 그려나갔다.

 
참고문헌 목록
참고문헌
-무등역사연구회, 『전라도 역사이야기』, 선인, 2013.
-배종민․5․18기념재단, 『5․18 민중항쟁의 예술적 형상화』, 심미안, 2010.
-이태호, 『우리시대 우리미술』, 풀빛, 1991.
-한국미술협회 광주광역시지회․한국미술협회 전남지회 편, 『광주․전남 근현대미술총서』, v. 3, 전일출판사, 2011.